29일, 모바일 전시회 ‘MWC’의 기조연설에 나선 화웨이의 딩윈 전무이사
29일, 모바일 전시회 ‘MWC’의 기조연설에 나선 화웨이의 딩윈 전무이사

“5G는 경제 성장의 열쇠다. 5G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제휴를 확대해 나간다.”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둘째 날 기조연설에 나선 화웨이의 캐리어(통신사업자) 사업 총괄 책임자인 딩윈 전무이사는 사업 확충을 역설했다. 하지만 현재 처해 있는 상황으로는 화웨이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주력인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다른 한 축인 통신 인프라 부문도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대조적으로, 같은 중국세인 샤오미는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애플을 제치고 처음으로 2위에 오르는 등 두드러진 상승세다. 조사회사 카나리스에 따르면, 1~3월 유럽 시장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해, 점유율은 23%에 달했다. 애플(19%)을 제치고 선두 삼성전자(35%)를 뒤쫓아 가는 모양새다.

샤오미의 상승은 화웨이의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 정부가 2019년에 발효한 규제로 화웨이는 구글의 앱스토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됐고 나아가 2020년 9월의 규제 강화로 반도체의 조달이 엄격하게 제한돼 스마트폰을 종전처럼 생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1~3월 유럽시장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1%나 줄었고, 점유율은 3%로 5위로 추락했다. 대신 미국 규제에 벗어나 있는 샤오미 등 중국세가 약진했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구도다. 카나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출하대수 기준으로 2020년 4~6월은 선두였지만, 2021년 1~3월은 7위로 떨어졌다.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린 곳은 삼성전자다. SK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1~3월에 각 지역에서 고가 기종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렸다. 중저가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세가 화웨이의 상실 분을 나눠 가졌다.

화웨이는 통신 인프라에서도 성장 부진에 빠져있다. 미중 대립의 영향으로 화웨이가 만든 기지국 설비를 채용하지 않기로 한 국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정부의 금지 조치는 합법이이다.” 지난 22일 스웨덴 법원은 화웨이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스웨덴 정부는 2020년 10월 자국에서 진행되는 5G 인프라 정비 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화웨이는 이 조치에 불복해 금지 철회를 요구했으나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를 둘러싸고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위협을 이유로 동맹국 등에 배제를 요청했다. 이에 응한 국가는 처음에는 호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으로 제한적이었으나, 2020년 7월에 영국이 가세한 이후 유럽에서도 화웨이 배제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그 혜택은 에릭슨, 노키아 등으로 돌아가고 있다. 에릭슨의 5G 상용 계약은 2020년 말 현재 122건으로 1년 사이에 44건 늘었다.

통신설비에서 화웨이는 세계 최정상이다. 미국 조사기업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에 따르면, 화웨이의 통신설비 매출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0년 31%로, 2~3위인 에릭슨, 노키아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2021년 1~3월에는 27%로 줄고, 에릭슨과 노키아는 각각 소폭 증가했다. 두 회사가 화웨이의 아성을 잠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의 시설은 저렴한 데다 품질도 안정돼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동일 성능 제품을 비교해 보면, 보통 화웨이 쪽이 20% 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이런 화웨이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통신사업자의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영국 정부는 화웨이의 배제에 따른 국내 통신사업자의 비용 증가액을 20억 파운드(약 3조 원)으로 추산한다.

그럼에도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가 잃어가는 시장점유율을 두고 경쟁사들이 나눠 가지는 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테크데일리(TechDail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