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윈도'인 줄 알았던 '윈도 10'의 후속 운영체제(OS) '윈도 11'이 베일을 벗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4일(현지 시간) PC 운영체계(OS) ‘Windows(윈도우) 11’을 발표했다. 현행 OS가 나온 이후 약 6년만의 업그레이드로, 올해 연말에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온라인 발표회에서 ‘윈도우 11’의 개요를 설명했다. 주목되는 점은 업무 효율 향상을 지원하는 기능 보강, 게임 관련 성능 강화, 앱 스토어 개선 등이다.

업무 효율 향상 관련으로는, 예를 들어, 자사 앱 ‘팀즈’의 화상회상 등을 OS에서 부팅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 음 소거 나 화면 공유 등의 조작도 가능하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업무에 여러 단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스마트폰 등에서 이용했던 ‘Office365’ 앱을 PC의 시작 메뉴에 표시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게임 관련으로는, 영상을 선명하게 하거나 데이터 업로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비디오게임기 ‘Xbox’의 게임 서비스와도 연계가 쉽도록 했다. 이 밖에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이 회사 스토어를 통해 구입한 ‘안드로이드’용 앱을 윈도우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발표회에서는 짧은 동영상 앱 ‘TikTok(틱톡)’을 재생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위젯과 터치 제스처도 변화 중 하나다. 새 위젯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개인화 피드 기능을 제공한다. 새로운 터치 제스처는 태블릿 등에서 OS를 쉽게 조작 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입력 방식 역시 투인원이나 디태처블 등 다양한 폼팩터를 고려해 클릭과 터치 외에도 스타일러스나 음성 등 다양한 형태를 지원한다.

윈도우 11에서는 또 지금까지 왼쪽 아래에 있던 시작 버튼의 위치를 ​​중앙으로 옮기는 등 디자인에도 변화를 줬다. 마우스를 이동 거리를 짧게 해 조작 편리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날씨나 일정 등을 정리한 ‘위젯’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윈도 11은 전반적으로 윈도 OS 위에 맥 OS와 안드로이드 OS의 장점들을 가져와 덧입힌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는 사이 기존 텃밭이던 PC OS 시장에서 애플 '맥 OS'와 구글 '크롬 OS'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변화다.

사실 이날 공개된 면면을 봤을 때 윈도 11은 일반 PC 사용자에겐 좀 더 예뻐진 '윈도 10.5' 정도 의미로 보인다.

'더 이상의 윈도는 없다'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노선을 수정해 굳이 차세대 OS를 내놓은 건 개발자들에게 더 친화적인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해 생태계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이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집중하고 있는 애저 클라우드 생태계까지 연결될 공산이 크다.

이런 전략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새 윈도 스토어다. 

OS의 세대교체에 맞춰 앱을 구매하는 ‘스토어’도 쇄신했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외부 결제를 허용해 새로운 앱을 찾는 창구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PC에서는 원래 웹 사이트에서 직접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많지만, 앱 결제의 경직성과 관련해 미국 애플이 경쟁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점을 감안해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윈도 11의 새 스토어에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안드로이드 앱을 직접 윈도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스토어에서 '아미존 앱스토어'를 다운로드 한 뒤, 여기서 안드로이드 앱을 다운 받는 우회적 방식이다. 다운 받은 안드로이드 앱은 '인텔 브릿지' 기술 상에서 구동되며, 다른 윈도 애플리케이션과 똑같이 시작메뉴나 바탕화면에 배치해 구동할 수 있다.

이는 모바일과 PC 앱 생태계를 합치려는 시도로, 애플이 최근 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는 개발자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는 다르게 자사 앱 장터는 개발자들이 자체 결제 수단을 사용해 100%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상 애플과 구글 정면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는 앞서 '빌드 2021'에서 차세대 윈도를 언급하며 '개발자 생태계를 위한 OS'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윈도는 항상 제작자의 주권을 대변해왔다"며 "오늘날 전 세상은 보다 개방적인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현행 OS ‘윈도우 10’을 사용하는 단말기는 13억대에 달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상으로 ‘윈도우 11’로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회사는 ‘윈도우 10’의 지원을 2025년에 종료할 방침이다. 윈도우의 매출(2020년 6월 결산)은 약 223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했다.

‘윈도우 11’의 발표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 총액은 24일 종가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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