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의 효율성도 좋고 작동도 빨라, 썩 맘에 든다.”

중국의 대표 IT기업 화웨이가 이달 초(2일) 발표한 독자의 모마일 운용체계(OS) ‘하모니(Harmony) 2.0’에 대해, 중국 내 사용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설정에 드는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고, 그 과정에 매끄럽지 못하고 끊기거나 하는 불안정한 움직임도 없다는 평가들도 이어진다.

사용자들이 만족하는 것은 단지 괜찮은 성능만이 아니다. 하모니 2.0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태블릿, TV를 비롯한 가전, 스마트워치, 차량 기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자기기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화면을 PC나 태블릿에 비춰,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조작하거나 다른 위치로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하모니 OS 개발을 이끈 왕첸루 컨슈머 소프트웨어 부문 책임자는 “여러 단말기를 가지고 슈퍼 단말기를 구성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같은 OS를 다른 기종에 탑재해 이종 단말기 간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음성이나 이미지 등의 각종 데이터를 원활하게 다룰 수 있다는 게 하모니 OS의 진면목이다.

모바일 OS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Android)’와 애플의 ‘iOS’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등 여러 IT 거대 기업이 ‘제3의 OS’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무모하다’고 여겨지는 일에, 화웨이가 하모니를 들고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의 제재가 계기다.

화웨이는 현재 스마트폰 신제품에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로 불리는 검색이나 지도, 이메일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OS의 핵심 기능의 경우는 오픈소스로 돼 있어 화웨이도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GMS는 오픈소스가 아니어서 제재 대상이 된다.

중국 본토에서는 원래 구글 서비스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GMS의 유무가 스마트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GMS 빼고는 경쟁 무대에 올라서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를 이제는 들여올 수도 없다. 미국의 제재가 발동하기 직전에 서둘러 조달해 반도체 재고가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스마트폰 신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서 손발이 묶인 모습의 화웨이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중하위 기종 사업을 분리해 매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20년 2분기(4~6월)에 세계 선두였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1분기(1~3월)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 기간 매출액은 1522억 위안(약 2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줄어, 2020년 4분기(10~12월)에 이어 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이 어려운 상황의 돌파구로 하모니 OS를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는 하모니 OS의 핵심 부분을 오픈소스로 제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위에, 앱 스토어 등 ‘화웨이 모바일 서비스(HMS)’를 독자 서비스로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취하고 있는 전략과 다르지 않다.

차이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반면에 하모니 OS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나 산업용 기기에 적용할 용도를 염두에 두고 개발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스마트폰보다도 낮은 스펙의 기기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다양한 기기용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OS ‘퓨시아(Fuchsia)’와 비슷한 개념인데, 상용화에서는 화웨이가 한발 앞서게 된다.

더 이상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 된 화웨이는 자동차와 가전, 스마트워치 등 IoT 분야를 새 목표로 정했다. 다양한 기기에서 인터넷 연결이 본격화되면 대체나 신규 수요 창출 등으로 시장 규모 확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최종 제품까지 화웨이가 모두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화웨이는 다양한 장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OS를 오픈소스로 제공해 ‘플랫 포머’로서의 지위를 가지려 한다. 스마트폰 OS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기 어렵지만, IoT 기기를 포함하는 OS로 경쟁 무대를 바꿔 승기를 잡으려 하는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완성차 제조업체가 화웨이의 플랫폼을 채택하면 바로 자율주행 등 IT를 갖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인텔 인사이드’처럼, ‘화웨이 인사이드’라고 해, 모터나 배터리 등의 부품 이외 하모니 OS를 탑재한 자량용 디바이스도 함께 공급하는 전략이다.

가전 ​​분야에서도 타사 TV나 스피커,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에 하모니 OS를 탑재하도록 요청한다. 중국 가전 대기업인 메이디 그룹이나 스카이워스, 주방가전 업체인 주양 등과는 이미 제휴 관계에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화웨이가 분리•매각한 브랜드 ‘어너(HONOR)’가 기존 기종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에 샤오미, 오포(OPPO), 비보(vivo) 등 경쟁업체들은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GMS를 버릴 수 없기 때문에 하모니 OS 채용에 선뜻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구 14억의 중국 시장에서 IoT 디바이스용 OS로서 존재감이 높아지면 각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수용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본격적으로 등장한 국산 OS에 대한 중국 국내의 기대감은 예상을 뛰어넘어, 하모니 OS의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화웨이는 당초 “시장 점유율 16% 달성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라며 연내 하모니 OS 탑재 단말기 목표를 3억대로 정했으나, 기대 이상의 호응에 3억6000만 대로 상향조정했다. 이 기세 속에서, 하모니 OS로 연결되는 ‘화웨이 인사이드’를 얼마나 확장해 나갈지, 그것이 화웨이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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