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 중에 하나인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흔히 알기로 양치기 소년 다윗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 질로 쓰러트려 승리한 위대한 전투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최약인 다윗이 최강 골리앗을 이겼을까? 이겼다면 신의 은총을 받았거나, 불리함을 극복하고 일궈낸 위대한 승리일까?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 사무엘상 16장 7절 -

고대 팔레스타인의 중심부 세펠라(Shephelah)는 유대 산맥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계곡들이 동쪽에서 뻗어 나와 넓고 광활한 지중해 연안의 평야까지 닿는 곳으로 포도밭과 밀밭, 플라타너스와 상수리 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어 지금도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당시 블레셋 사람들은 크레타 섬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서 해안에 정착한 해양 민족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울 왕의 영도 속에 산악 지대에서 무리를 지어 살았다. 블레셋 사람들은 풍부한 전투 경험을 지닌 위험한 종족으로 이스라엘과는 철천지 원수지간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베들레험 근처의 능선을 확보해 사울의 이스라엘 왕국을 둘로 갈라놓는 것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블레셋 군대는 세펠라 남쪽 능선을 따라 진지를 구축했고, 이스라엘 군대는 북쪽 능선을 따라 반대편에 진지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두 진영은 협곡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형세가 되었다.

“너희는 한 사람을 택해 내게로 내려보내라, 그가 나와 싸워 나를 쓰러뜨리면 우리가 너희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이겨 그를 쓰러트리면 너희가 우리의 노예가 되어 우리를 섬겨야 할 것이다.”

위대한 고전인 삼국지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일대일 대결은 고대 전투에서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무모한 전쟁을 통해 피해가 커지면 한 쪽이 승리를 한다 해도 휴유증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각자의 에이스간 전투에서 승리하면 패배한 쪽은 항복을 하게 되어 있다.

블레셋의 에이스로 완전무장한 거인 골리앗이 나선 반면에 사울의 이스라엘은 감히 나설 전사가 없었다. 2미터가 넘는 골리앗의 위세에 눌려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자, 뒤에 숨어 있던 양치기 다윗이 나섰다.

청동 투구를 쓰고 전신 갑옷을 두른 골리앗은 키가 210센티미터나 되는 거인이었다. 그는 던지는 창과 찌르는 창, 그리고 칼을 차고 있었다. 또 그의 앞에는 보조병 한 명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서 있었다. 반면에 양치기 소년(소년이 아니라 청년이 맞다) 다윗은 가죽 투석기와 돌 5개가 전부였다. 갑옷과 방패같은 아무런 방어도구 없이 나서는 다윗에게 사울왕은 걱정스런 말투로 “내 갑옷이라도 하고 가겠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다윗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하고 오히려 거추장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사자와 곰이 와서 양 떼 무리에서 양 한 마리를 물어가면, 제가 쫒아가 그것들을 쓰러뜨리고 그 수중에서 양을 구해내였나이다.”

돌팔매로 사자와 곰을 잡았다. 그 것이 사실이라면 놀라운 실력 아닌가? 움직이는 사자를 잡는 실력이면 움직임이 둔한 거인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처럼 골리앗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다윗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다.

“다윗과 맞선 골리앗이 가진 승산은 칼로 무장한 청동기시대의 전사가 45구경 자동 권총을 가진 적과 맞섯을 때와 마찬가지다.” - 역사학자 로버트 도렌웬드(Robert Dohrenwend) - <!--[endif]--> 

“골리앗과 싸운 다윗은 열세가 아니라 반대로 우세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의 위대함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나선 것에 있지 않다. 그의 위대함은 나약한 사람이 장점을 파악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무기 활용법을 잘 아는 데 있었다.” - 모세 다얀(Moshe Dayan) 1967년 6일 전쟁 승리를 이끈 이스라엘 국방장관 -

지금의 군대 편제로 보면 골리앗이 보병이라면 다윗은 포병이다. 골리앗은 근거리 전투에 강하고, 다윗은 원거리 전투에서 강하다. 그 당시 포병을 담당하는 투석병들은 200미터 거리에서도 사람을 죽이거나 중상을 입힐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사자를 잡을 수 있었던 다윗은 상당한 실력을 갖춘 포병인 셈이다. 그리고 투구와 갑옷을 입은 골리앗은 몸이 둔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었고, 기록에 의하면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던 골리앗은 합병증으로 시력이 좋지 않아 같이 동행한 보조병이 역할을 대신했다는 것이다. 돌팔매로 골리앗의 이마를 정확히 타격한 다윗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칼을 쥔 골리앗을 총으로 제압한 형국이다.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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