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2(현지시간) ‘글로벌 관점에서 본 앱스토어 생태계(A Global Perspective on the Apple App Store Ecosystem)’라는 자료를 공개했다.

애플이 애널리시스 그룹이라는 컨설팅 업체의 용역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로서 지난해 글로벌 앱스토어의 거래액, 주요 국가 거래 금액, 앱스토어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개발자(기업) 현황 등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앱스토어 2020년 백서정도 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앱스토어 거래 규모는 6430억 달러다. 한화로 대략 714조원에 달한다. 개별 국가별로는 중국 3000억달러, 미국 1750억달러, 유럽 740억달러, 일본 346억달러, 호주·뉴질랜드 77억달러 등이다. 한국은 139억 달러로 우리돈 약 16조 정도가 지난해 앱스토어를 통해 거래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713조원, 우리나라에서는 165000억원을 벌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앱스토어의 거래액을 애플의 매출로 오인한 잘못된 보도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올해 처음 한국 지역의 앱스토어 매출이 공개된 것을 두고 앱스토어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높가 평가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의 거래액은 전세계의 2.3% 불과함에도 한국 지역의 거래 현황을 따로 분석해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국 지역의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한 것은 애플이 이 보고서를 공개한 진짜 의도에서 한참 벗어났다.

애플이 외부 용역비까지 지불하면서 앱스토어 보고서를 공개한 이유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애플의 반독점소송과 관련 있다. 미국에서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8월 애플이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내 모든 결제에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경쟁제한행위라며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3월 애리조나주 하원에서 앱마켓 독점 금지 법안이 통과되는 등 미국의 몇몇 주에서 앱마켓의 독점 행위와 30% 수수료 부과를 규제하려는 움직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와 정치권에서 앱마켓의 독점 방지와 수수료에 대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앱스토어 거래 내역 등에 대해서 자세한 보고서를 내놓은 배경이다.

애플이 이보고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보고서의 제목에서 드러난다. ‘글로벌 관점에서 본 앱스토어 생태계'라는 제목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시장을 만들었으며, 이 생태계 안에서 많은 개인 개발자나 중소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애플의 보고서에는 이같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내용이 많다. 예를 들면 2015년 이후 중소 개발자 수가 40% 늘었다 중소 개발자가 앱스토어 전체 개발자의 90%를 넘는다 중소 개발자 4명 중 한 명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25%씩 매출이 늘었다 등과 같은 분석이 대표적이다.

요약하면 애플 앱스토어는 개인 개발자와 중소 개발사에게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하며,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결제 이외에는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애플이 이 보고서에서 밝히지 않은 한가지 꼼수도 지적하고 싶다. 애플은 이 보고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앱 결제 수수료 30%’에 대한 내용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국가나 장르, 개별 기업별 수수료 부과 현황은 차지하더라도 지난해 수수료 부과로 애플이 거둬들인 수익 금액 자체를 밝히지 않았다. 애플은 그동안 실적 발표 등에서도 인앱결제 수익을 밝히지 않았으며, 이번 보고서에서도 이 꼼수는 지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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