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성적표가 발표됐다.

인텔이 18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전자 161억 달러, TSMC 129억 달러, SK하이닉스 73억 달러 등이 5위권 안에 들었다.

인텔은 이번 분기에도 매출 1위를 차지하면서 10분기 연속 글로벌 넘버1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매출 증감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올해 1분기 반도체 상위 15개 기업 매출은 1019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841억 달러와 비교해 21% 늘어 났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TSMC 모두 15%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반면 인텔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하며 상위 15개 기업 중 유일하게 역 성장했다. 요약하면 인텔이 가까스로 매출 1위를 고수했지만 글로벌 최강의 위세가 많이 약해졌다.

사실이 반도체 왕국 인텔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는 인텔 내 · 외부에서 회자됐다. 주력 사업인 비메모리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도전이 거세다. GPU를 비롯한 일부 품목에서는 인텔이 밀리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애플까지도 저전력 CPU를 내놓는등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세계 최강 인텔의 위기는 다른 경쟁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당장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는 철옹성 같았던 인텔을 공격해서 전리품을 챙길 것이다. 삼성전자에게도 글로벌 넘버1의 왕관을 되 찾을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당장 1분기 매출만 놓고 봐도 삼성전자의 왕좌 탈환이 눈 앞에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과의 격차를 크게 줄인데다가 향후 삼성전자의 매출 증가 폭이 인텔의 매출 증가폭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18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인텔의 179억 달러를 누르고 매출 순위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의 위기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넘버1을 재 탈환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개별 기업 차원만 고려한다면 진정한 위너는 SK하이닉스가 될 것 같다.인텔이 주력 사업 강화를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인텔 낸드사업을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및 SSD 사업 부문을 약 10조 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은 전분기 대비 5.1% 증가한 1482000만 달러 규모다. 삼성전자 33.5%를 차지해 1위를 지키고 있고 키옥시아 18.7%, 웨스턴디지털 14.7%, SK하이닉스 12.3%, 마이크론 11.1%, 인텔 7.5% 순이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1분기 매출은 182800만 달러다. 인텔 낸드 매출은 11억달러로 매각이 확정되면 SK하이닉스낸드 사업 매출은 30억 달러 수준으로 껑충 뛰게 된다. 497000만달러의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라 설수 있다. 더욱이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처럼 만성 적자의 계륵였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을 가져가면 단숨에 60% 매출 확대에 흑자 전환을 위한 규모 경제를 갖추게 된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낸드플래시와 SSD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합계 점유율이 높지 않고 해당 시장에는 점유율 30%가 넘는 1위 사업자 삼성이 존재한다며 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인수 작업은 8개 경쟁 당국의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았고 남은 곳은 중국이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워 불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위기로 시작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어부지리로 낸드 2위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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